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가 10월 13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지침 최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지침이 올바른 검토 없이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본인이 동의하면 수액과 영양공급 같은 일반 연명치료까지 중단할 수 있게 한 부분 등 소극적 안락사와도 다름없는 내용도 눈에 띈다.
특별위는 의사들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지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번 지침은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18일, 의료계 다른 한쪽(가칭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에선 인공 임신중절(낙태)을 하는 의사들을 법대로 엄중히 처벌해 달라는 목소리가 울렸다. 30~40대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도 높은 낙태근절운동에 나선 것이다.
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 성명발표에 대해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산부인과 의사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며 낙태의 만연을 의사 책임으로 호도하면 안 된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물론 생명훼손의 모든 문제가 의사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국민 전체의 의식부족과 법, 정책의 문제점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의사들의 이러한 행태들은 일부 이기심과 기득권 등을 지키기 위해 성채(城砦)를 세우는 모습과 그 성채를 무너뜨리려는 모습처럼 비칠 수 있다.
첨단 의료기술이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가져오는 현실에서, 의술 본연의 소명에 충실하려는 의사들이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생명 존중의 의술을 실천해 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은 생명 경시 풍토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울러 올바른 생명수호가 지속되려면 국민 전체의 동참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교회의 범사회적인 활동은 큰 힘이 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올바른 실현을 위해 가톨릭교회도 보다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안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조만간 별도의 연명치료 중단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교회는 오랫동안 낙태 근절에 나선 의사들을 독려해왔지만, 대부분 일회적인 ‘격려사’ 수준에 그친 점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