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봄 복숭아꽃이 피어 있던 어느 날, 나는 친정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시던 호스피스 병동에서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끄러미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비탈에 서있던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비탈길에 서있던 그 나무는 경사면에 직각으로 서있던 것이 아니라 비탈의 경사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었다.
어린 나무였을 때는 비탈의 경사가 어지러웠을텐데, 발가락 끝에 힘을 주고 많이 버텨야했을텐데…. 나무의 안간힘이 느껴졌지만, 기특하게도 그 나무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커다란 나무가 돼 있었다. 그리고 이미 뿌리가 깊게 내려 더 이상은 비탈로 고꾸라질까봐 안간힘을 쓰고 있을 필요도 없어 보였다.
그보다 더 이전 어느 여름에는 화분에 심었던 봉선화가 넘어진 것을 모르고 며칠 지냈던 일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봉선화는 넘어진 상태에서 하늘을 향해 크느라고 줄기가 직각으로 뻗어 있는, 기형적인 모습이 돼있었다. 제대로 일으켜주자 봉선화는 옆으로 크고 있던 줄기가 다시 곧게 자리를 잡았다.
비탈에 선 나무와 쓰러졌던 봉선화 화분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오로지 햇빛을 향한 ‘항심’(恒心)을 품으라는 것이었다.
그때 아버지의 침대 머리맡에는 샤를르 드 푸코의 ‘의탁의 기도’가 붙여져 있었다.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이나 준비돼 있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인간은 강한 존재는 아니지만 비탈길에 서있던 나무처럼 어떤 존재를 향해 뻗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할 수는 있다. ‘의탁의 기도’를 조용히 따라 읽으며 언제 어느 때나 ‘햇빛’을 향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알지 못했던 ‘비탈길의 나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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