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교회 소공동체 관계자들의 축제 ‘아시파(AsIPA) 제5차 총회’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다바오대신학교에서 열렸다.
한국교회가 소공동체를 대안이 아닌 필연적 구현 대상으로 선언한지 오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복음에 깊이 천착하지 못하는 천편일률식 복음 묵상 ▲본당 공동체의 하부 조직으로 인식되는 현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인한 소공동체 봉사자 감소 ▲일부 본당 사목자의 인식 부족 등 풀어야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특히 소공동체 사목이 교회의 내적 요구에 몰두해, 사회적 맥락과는 동떨어져 있는 점은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소공동체는 본질적으로 신자 개개인의 영성을 성장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 방법은 역사적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믿음을 격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소공동체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가난한 이들에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이웃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묵상해야 한다. 지역 사회 주민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삶 속에서 복음을 실천해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표양을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소공동체는 소공동체 내부의 문제에만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경계해야 할 점은 많은 이들이 소공동체를 단순한 모임으로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공동체는 회합이나, 단체가 아니다. 교회 그 자체다. 회합이나 단체 모임으로 생각하면 소공동체의 의미는 사장된다. 끼리끼리 만남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만남 밖에서도 소공동체는 그 의미를 실현해야 한다.
희망은 있다. 한국교회는 초창기부터 교우촌 영성이라는 형태로 소공동체를 살아왔다. 종말론적 영성인 순교영성의 그늘에 가려 그동안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지만, 한국교회는 육화론적 영성인 교우촌 소공동체 영성의 전통을 잊지 않고 있다.
‘조금은’ 활력을 잃은 듯 보이는 한국교회 소공동체가 이번 아시파 총회를 통해 새로운 동력(動力)을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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