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개월 전 막내린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팬이었다. ‘찬유’ 신드롬을 일으킨 이 드라마는 주말 안방극장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최근 대세인 ‘막장드라마’와는 분명 달랐다. 갈등과 상처, 아픔을 겪지만 사랑으로 변하고 성숙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무엇보다 가족이란 ‘끈’이 얼마나 큰 힘이고 목표이며 각자의 삶에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끼게 했다. 여기서 말하는 찬란한 유산은 가족이다. 할머니의 재산, 아버지의 보험금 등 물질적인 것이 아닌 욕심을 버렸을 때 비로소 보이는 가족의 소중함 말이다.
요즘은 자녀들을 한 둘씩밖에 낳지 않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각별하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공주같이, 왕자같이 키우려다보니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간혹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사건이 매스컴에 오르내리지만 그건 극소수의 얘기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식 사랑만큼은 지극정성이다.
오늘날 우리의 자녀교육을 돌아보면 혹 너무 물질에 가치를 두고 있지 않나 우려될 정도다. 좋은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보내고, 공부방을 마련해주는 등 최상의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자녀교육을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건 않은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소위 마음교육, 신앙교육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게 더 중요한데도 하드웨어만 업그레이드 시켜주면 된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강조한 ‘가족’이란 끈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 삶에 있어 필수 덕목이다. 가족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일생을 산다. 더구나 부모라면 자신보다 더 소중한 자녀들의 밝은 앞날을 위해 모든 걸 다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하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돈, 명예, 학벌이 전부라면 세상이 참 삭막하지 싶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기준과 잣대를 여기에만 두고 ‘올인’(다걸기)한다면 훗날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가치를 추구해나갈지 걱정이 앞선다.
신앙인은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어져온 믿음을 후손들에게 전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제자가 스승을 보고 배우듯이 자녀들은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우기 마련이다. 최근 살레시오회 돈보스코 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모의 신앙생활이 자녀의 신앙에 절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가 신자인 경우 응답자의 93.5%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매주일 미사에 참례하며 신앙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부모야말로 가족이야말로 올바르고 성숙한 신앙생활로 이끄는 최고의 스승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부족하다. 자녀들에게 모범이 될만한 신앙의 삶을 산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나 역시 세속적인 잣대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요구하는 것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그래서 돈 벌고, 출세하는 것에 관심을 더 쏟고 있다. 자녀들의 학업이 뒤처질까봐 조바심내면서도 성경 한 구절 제대로 읽어주지 못하고, 밥 먹을 때 기도하는 습관하나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걸 반성하게 된다.
믿음의 유산이야말로 찬란한 유산이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것에 감사하고 그분의 크신 사랑을 자녀들에게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 오늘 이 시간 우리가 다시 한번 깨닫고 실천해야 할 소명이 아니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