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가칭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이 11월 1일 ‘낙태근절운동 선포식’을 열고, “낙태 시술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또 “모든 임신과 출산이 보호받는데 힘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며, 필요할 경우 낙태시술 의사들을 고발하겠다”고 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교회는 “고의적 낙태는 수정에서 출생에 이르는 인간 존재의 출발 단계에서 의도적이고 직접적으로 죽이는 행위”(생명의 복음 58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인간 생명이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았다는 계시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이 생명으로 말미암아 우리 삶의 주인이 하느님이시라는 신앙을 고백하며, 이 세상에서 정의, 평화, 사랑 등의 위대한 가치들을 성취하며 살아간다. 생명이 무너지면 세상의 모든 가치들도 의미를 잃게 된다. 생명 없이는 세상 그 어떤 가치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생명을 경시하도록 부추기는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경향들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들이 사람들의 의식에서 생명의 하느님을 몰아내고 생명의 가치를 상대적인 것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생명에 대한 판단 기준에서도 유용성과 편리함이라는 공리주의적, 쾌락주의적 기준이 이미 그 기세를 떨치고 있다. 낙태나 태아 진단이 현명한 삶의 선택으로 미화되어선 안 된다.
이번 산부인과 의사들의 선언을 계기로 교회도 ‘교육’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낙태 문제는 성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성은 창조 때부터 인격의 기본 요소이며, 인간 존재 양식의 표현이요 사랑을 실천하는 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때때로 ‘진리의 빛’은 눈이 부시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빛이 없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다.
이번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 시술 중단 선언은 한국 사회에 아직도 양심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막 피어난 희망의 싹을 세상의 어두움이 덮어 버리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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