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토요일. 10월 20~28일 필리핀 다바오시 다바오대신학교에서 열린 제5차 아시파(AsIPA) 총회에 참석했던 기자를 비롯한 한국 참가단 모두는 이른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그날은 필리핀 신자 가정에서의 1박2일 홈스테이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한국 참가단이 배정된 곳은 다바오시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파나보(Panabo)시. 대부분의 주민들이 바나나 농사와 수출로 생업을 이어가는 작은 항구도시였다.
성당 입구에서부터 외지인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손길과 온갖 열대 과일로 잘 차려진 밥상. 여기까지는 한국교회와의 차이점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필리핀 신앙의 힘은 해가 지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깔릴 무렵. 마을 어귀의 작은 경당으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적지 않은 수가 묵주기도를 바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10월 ‘묵주기도성월’을 맞아 매일 소공동체별로 갖는 작은 행사라 했다.
어린이들이 맨 앞에 앉아 고사리 손으로 묵주를 꼭 쥔 채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눈과 귀, 입과 가슴으로 주님을 찬미하며 성모님께 의탁하고 있었다. 가족과 이웃이 한데 모여 기도하고 나누며 삶 속에서 신앙을 이루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어른들 기도해야 하니 아이들은 방에서 조용히 자기들끼리 놀아야 하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더 이상 필리핀의 밤이 무덥고 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바오대신학교로 돌아오던 이튿날 오후. 한국 참가단 중 누군가 요즘 유행하는 광고에 빗대 기자에게 말했다.
아시아 각국의 형제들과 소공동체 경험을 나눈 것이 ‘와우(WoW)’였다면, 필리핀 신자 가정을 찾아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올레(Olleh)’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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