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은 주님이십니다” (요한 21,7)
요한복음 21장,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주님을 잃어버린 깊은 상실감으로 제자로 부르심 받기 이전의 어부생활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부활의 소식을 듣기도 했지만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됐고 밤을 새워가며 그물을 드리워도 고기 한 마리 잡을 수 없었다.
그 지루하기 짝이없는 어두움이 가시고 새벽 여명에 어떤 사람이 말을 건넨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 보아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6)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 고기가 많이 걸려들었다. 그제야 제자들 중 요한이 베드로에게 말한다. “저분은 주님이십니다.”(7) - 사도로 불리움받았을 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하시던 바로 저분이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였다.
가까이 계시는 예수님을 발견하고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고정관념 때문이다. 허식이나, 이론, 문법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모습으로, 가난한 이웃의 모습으로 (마태 25,40) 계시는 주님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사도요한이 주님을 조금 더 잘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은 깨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씀과 사랑 안에 깨어있는 사람으로 실망과 상실감, 절망과 같은 어두움 안에서도 주님을 통찰하고 “저분은 주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할 줄 아는 사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얼른 이 말씀을 적어 책상머리에 붙여두었다.
여전히 형제의 모습에서 주님을 알아차리고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선입견이나 편견에 빠지기 쉬운 나약함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배반했던 베드로를 질책하지 않으시고 ‘나를 사랑하느냐?’라며 ‘사랑의 다짐’만을 원하셨던 주님처럼 언제나, 항상, 먼저, 끝까지 사랑하기를 다짐하며 서품상본에 새겨두었던 말씀을 다시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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