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마지막 주일(그리스도왕대축일) 바로 전 주일은 평신도주일이다. 이 날은 한국교회가, 하느님 백성인 교회 안에서 절대 다수를 이루는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신원과 사명을 되새기며 그에 걸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지난 1968년에 제정한 특별한 주일이다.
평신도는 교회의 핵심 구성원이자 사회 안에서 교회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주인공이다. 가정과 이웃, 그리고 일터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평신도들은 ‘사회복음화의 첨병’으로서 더욱 그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회의 내적, 질적 성장의 열쇠는 평신도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교회 내적으로는 복음화율이 제자리걸음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극심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등으로 가정 붕괴와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 생명 문화 건설과 공동선 추구에 앞장서야 할 평신도들의 몫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듯 평신도가 교회 안팎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중요함에도 그에 맞갖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이다. 교회를 둘러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보다 지나치게 교회 내부로만 향해 있는 눈길은 ‘시대의 징표’를 읽고도 미지근한 삶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 아울러 아직 많은 이들이 공의회 문헌뿐 아니라 평신도와 관련된 다양한 교회의 가르침을 그저 문헌 이름으로만 기억할 뿐 평신도로 살아가는데 있어 자양분으로 삼으려는 노력은 부족한 듯하다.
이 때문에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도 평신도주일을 맞아 배포한 강론 자료를 통해 평신도 고유의 사도직 영역에서의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 평협은 올 자료에서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이웃의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역설하며 평신도들의 생활 방식이 얼마나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며 복음적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평신도주일을 맞아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어 세상을 복음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이며 우리가 거룩하게 되어 구원 받는 길임을 되새기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삶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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