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해’가 어느덧 반환점에 가까이 왔다. 사제직의 가치와 신원을 돌아보고, 사제직무의 올바른 정립을 모색하고, 사제됨의 실천을 다짐하는 ‘특별한’시간도 이제 불과 7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제와 신자들이 ‘사제의 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본지는 그 원인이 ‘잣대’의 부재라고 파악한다. 아니, 잣대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잣대를 재발견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제들이 ‘잣대가 여기 있다’고 선언했다.
가톨릭대학교 사목연구소(소장 김남철 신부)가 11월 14일 ‘김수환 추기경의 사제 영성과 가톨릭 사회교리’를 주제로 제18회 학술심포지엄을 가졌다는 소식이다. 발제자로 나선 박일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는 특히 ‘잣대 김수환 추기경’에서 8가지 ‘~해야 한다’를 유추해 냈다. ▲복음을 살며,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 ▲살아있는 제물이 되어야 한다. ▲일치를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한다. ▲종이 되어야 한다. ▲말씀의 봉사자로 살아야 한다. ▲성령의 종이 되어야 한다. ▲신앙의 봉사를 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단순한 교리적 가르침이 아니라 김 추기경의 삶이 남겨놓고 간 유산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박일 신부가 밝혔듯이 김 추기경에게 있어서 사제는 오늘의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성사가 되어야 하는 존재다. 김 추기경의 원의했던 바와 같이 사제들은 이렇게 끊임없이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 사제직의 존재와 위치를 우리 시대와 사회 안에 정위시키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김 추기경을 대상화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김 추기경은 단순히 바라보고 존경하고 추모해야 할 대상을 넘어선다. 김 추기경의 영성은 이제 이 땅에서 구현되고 실현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것이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3개월 후면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다. 김 추기경을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마음이 ‘김 추기경 따라하기’라는 구체적 실천운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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