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은 교회력으로 새해를 알리는 대림 제1주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시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대림시기는 2000년 전 우리에게 오셨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쁨과 희생으로 기다리는 때다. 따라서 이 시기는 그리스도께서 인류 역사에 안겨주신 희망을 다시 발견하는 때이며 이 희망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이 지니는 희망의 본질은 하느님을 의식하고 하느님께서 선하고 자비로운 아버지이심을 발견하는데 있다. 대림시기는 그리스도인의 희망이 모호하고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불완전한 인간의 이성이 과학이라는 외피를 뒤집어쓴 채 인간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끌어가고 있는 오늘날 대림시기가 던져주는 희망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날로 새로워지는 인간의 지식과 과학은 인류에게 많은 좋은 것들을 제공하지만 인간을 구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도를 넘는 인간의 욕심은 인간성마저 파괴함으로써 희망 없는 시대의 도래를 재촉한다.
이러한 때일수록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은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희망의 파수꾼으로서 각자가 진 십자가를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주님 농장의 일꾼으로서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착실히 거둬들였는지 꼼꼼히 되짚어봄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일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앙인들이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은 사랑 나눔이다. 사도 바오로 말씀처럼 사랑은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이며 ‘율법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생각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새롭게 해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합당하게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전국 각 교구장 주교들이 사목교서에 강조하고 있듯이 생명을 존중하며 가정을 사랑의 공동체로 가꾸는 구체적 노력을 대림시기부터 기울여 나가자. 그래서 예수 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넘치고 우리 사회에 생명의 가치가 충만하고 나눔의 물결이 넘실거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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