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목만 보고 필자에게 개인적인 우환이 생겼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얼마 전 텔레비전에 방영된 오락 프로그램 제목이다. 내용인즉, 아내가 없다 가정하고 남편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빈자리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구성이었다.
‘품절남녀’(결혼한 남녀)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할 얘기들이 많을 듯하다. 필자의 아내도 예외는 아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난 너무나 작아진다. 미안해서다. 아내의 요구가 결코 큰 것이 아닌데도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제대로 도와준 적이 없었다. 피곤하고 바쁘다며 집안 살림, 자녀들 챙기는 건 늘 아내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만사가 귀찮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텔레비전 리모컨 하나만 들고 시간을 보냈다. 설거지, 청소 한번 도와달라는 간단한 요청도 대부분 모른 체 하기 부지기수였다. 이런 생활을 10년 넘게 이어왔으니 아내의 불만이 극에 달할 만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몫은 더 커졌다. 집안 살림에 남편 챙기랴, 자녀들 학업까지 모든 걸 도맡아야 하니 ‘슈퍼맘’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평일에 쉴 때 집에 있어보면 직장 다니는 나보다 더 바쁜 일상의 아내를 보며 놀랐다. 하물며 맞벌이 부부의 경우엔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아내들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필자는 최악의 남편인 경우이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겠지만.
부모와 부부의 공통점은? 함께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다가 없을 때야 비로소 감사한 마음, 소중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대상이란 점이다. “있을 때 잘하라”란 말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슴을 찌르는 글이 있어 소개한다.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못살 것 같던 날들은 흘러가고 간절했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이 모두 식어간다.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이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아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살며시 다가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당신밖에 없노라고.”
부부의 행복은 모든 행복의 잣대이다.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자녀들은 사랑의 걸음마를 시작한다.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이 땅의 모든 부부들이여, 서로의 마음을 조금만 더 헤아려보도록 노력하자. 남편은 아내의 어려움을, 아내는 남편의 가장으로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주며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인생의 최대 행복은 부(富)도 명예도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부부간에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사랑을 나누다가 “당신을 만나 참으로 행복했었소”라고 말할 수 있다면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쑥스럽지만 이 글을 빌려 아내에게 고백해본다. “여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내가 더 노력하고 더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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