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인 12월 6일은 한국 천주교회가 제정해 올해로 28회째를 맞는 인권주일이다.
인권이란 하느님께서 당신 모상(模相)대로 지으시고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으신 창조물인 인간이기에 지니게 되는 절대적 가치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조차 인권의 가치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인권주일의 의미마저 희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인간의 천부적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인권주일 담화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무분별한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빚어진 용산 참사,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 등은 인간의 존재 의미마저 회의하게 만드는 면이 적지 않다.
또한 비록 적극적인 형태는 아닐지라도 개인주의라는 이름 아래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개인적 이익 만을 우선시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약자에 대한 인권 존중이야말로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참으로 부끄럽기만 한 우리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인권문제에는 간단치 않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일 인간의 존엄한 권리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현장이 있다면 용감하게 뛰어들어 인권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다. 인권을 지키는 일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키고 확장하는 복음화운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인권지킴이 역할을 함으로써 복음화의 밑거름을 마련해온 역사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교회는 물론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롭게 깨어나야 할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선을 실현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길 만이 인권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모두가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생명과 인권의 존엄성을 성찰하면서 소외된 이웃과 형제들에 대한 우선적 관심과 배려를 보여줌으로써 인권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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