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기업경영의 핵심축은 생산시설과 자본이었다. 기술과 자본이 그 중심을 이루었고 기업활동을 둘러싼 모든 다른 당사자들은 그에 맞추어가는 형식이었다. 인간은 주어진 업무 프로세스 안에서 소모품적인 한 생산 요소로서 요구되는 기술에 스스로를 맞추어 가야하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고, 자연환경 자원은 자본의 이익을 불리기 위해 더욱 고갈 되었다. 마치 모든 우주 천체는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독선적인 자본의 믿음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류는 기업경영도 결국은 인간과 자연이 본성의 상태에서 유기적 관계를 이루는 거대한 생태적 시스템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드디어 깨닫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어쩌면 내게 좋은 것은 나 이외의 세상에도 언제나 좋을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세상을 위해 좋은 것이 바로 나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깨달음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는 전통적인 재무자본 중심의 자본주의에서 인적자본과 자연자본과의 조화를 이루는 자본주의의 진화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활동을 둘러싼 종업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그리고 자연생태 환경 등 이해 당사자와의 관계에 대한 자발적인 책임과 투자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정신이야말로 가치와 의미성을 추구하는 인류의 새로운 문명시대에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기업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낳게 되고 이는 긍정적인 재무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즉 기업의 선한 활동이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이게 되는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올해 발표된 칙서 ‘진리안의 사랑’에서 특히 인간생명과 지구 환경자원의 보호와 정당한 활용이라는 이 시대 기업의 절박한 의무에 대해 강조하신다.
“오늘날의 세계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에 대한 전혀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가장 큰 오류는 기업경영이 투자자 관점에만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본의 규모와 해당 지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이 단기적인 자본성과에 매몰되어 기업의 생산활동 결과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자신의 생명력과 궁극적 효과를 감소시킨다.”(진리안의 사랑, 40절)
이제 기업경영은 자본이윤만을 집착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더불어 함께하는 지구적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모든 세상의 피조물 안에서의 조화로움을 경외심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업원에 대한 배려와 함께 책임을 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하여 종업원으로 하여금 회사가 단순히 생활유지를 위한 임금을 받는 수동적인 관계가 아니라 직장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영적인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실제로 가족 공동체가 일정하게 훼손되어가는 이 시대에 직장은 어쩌면 새로운 의미에서 가족공동체의 역할을 대신하게되는 측면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공동체적인 역할은 더욱 그 의미가 크게 된 것이다.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다국적 기업의 힘은 어쩌면 한 국가 정부보다도 크게 되었고 그만큼 그 책임도 더 커지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와 지구환경에 대한 책임과 배려의 정신은 이 시대 기업의 사명이고 기회인 셈이다. 훌륭한 기업경영이란 결국 이타적인 사랑의 힘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세속적인 부의 가치를 키워가는 기업경영이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지구 생태환경 속에서의 조화 속에 지속적인 생명 가치를 창조해야 할 사명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면의 자본주의의 진화를 바라보며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자아실현이고 하느님의 섭리하심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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