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세 개가 켜지는 대림 제3주일은 한국교회가 정한 자선주일이다.
한국교회가 대림시기에 이 뜻 깊은 주일을 정한 것은 주님을 맞아들이는 행위와 사랑 실천이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님을 진정으로 기다리는 신앙인은 저절로 자선을 실천하게 된다. 은총은 자선과 사랑 실천의 결과로 마술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자선을 행했기 때문에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은총을 받았기에 자선을 실천할 수 있다. 신앙인이라면 자선을 베풀고 사랑을 나누는 원인과 동기 모두 하느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든 영성 생활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참여하면서 변화된다.
더 나아가 애덕 실천은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다.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다(1요한 4,20).
이처럼 이웃 사랑은 성령으로 우리 마음에 부어진 하느님 사랑에서 나온다. 진정한 애덕의 시초와 종착점은 하느님이며, 이웃은 하느님 때문에 사랑을 받아야 한다. 애덕 없이는 모든 것이 헛되고 의미가 없다(야고 1,26-27마태 7,21-23).
신앙이 없는 이들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아무리 사악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가족은 사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앙인의 애덕 실천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심은 사랑과 함께 자란다”(신학대전 2-2부 82문 2항1)고 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이웃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이웃에게 하느님을 섬길 가능성과 같은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를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웃 안에서 인격 자체인 하느님의 모상을 보고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애덕 실천이 영적 성장과 연관을 갖는다.
신앙은 사랑으로 요약된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는 말은, 셋 중에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아니다. 사랑없는 믿음과, 사랑없는 희망과, 믿음없는 사랑은 없다는 말이다.
자선 주일에 사제는 대림 2주동안 입었던 자색 제의 대신 장미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드린다. 장미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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