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사랑하는 것이 ‘극히 사랑하는 것’일까.
부모에게도, 형제에게도, 심지어 남자친구에게도 ‘극히 사랑한다’는 말은 해본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다블뤼 주교가 내게 말했다. ‘극히 사랑한다’고.
12월 3일 ‘성 다블뤼 주교의 마지막 회유문’이 공개되면서 우리는 성 김대건 신부의 ‘교우들 보아라’ 회유문에 이어 또 하나의 가슴 저릿한 편지를 받게 됐다.
“극히 사랑하는 제형들아. 내 떠날 때, 내 주님의 훈계를 좋은 마음으로 받아 지성으로 따라서 행하여라. 떠나도 너희를 자주 생각해 그리워하고, 너희를 위해 항상 기구하고, 너희 영혼의 신익을 항상 돌아볼 것이오, 멀리서라도 통공하는 은혜로 너희 가운데 있음과 같으니 나를 생각해 너희 본분을 열정으로 지켜라.”
다블뤼 주교가 남기는 절절한 당부의 말을 들으면서도 ‘극히 사랑하는 주교님’이라고 선뜻 답할 수 없는 것은 회유문의 내용대로 ‘본분’을 ‘열정’으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회유문은 손을 뻗어 세상살이에 고단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겁내지 말라’고 등마저 토닥인다.
“환난 이후에는 잊기 쉬우니, 어려운 가운데 너무 겁내고 낙심하지 말며, 부디 사람의 힘으로 구해 주기를 생각하지 말고 오직 주님의 도우심만 바라고 구하며, 너희들이 주님을 위해 당한 것을 주님께서 알고 계시니 당신 인자하심만 믿고 기다려라.”
주님을 위해 당한 것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신단다. 믿고 기다리란다. 오래 전부터 들었던 말이지만 다블뤼 주교가 강조한 말씀이니 무엇보다 든든하다.
다블뤼 주교는 이제 여기 없으니 답장은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오늘 휘몰아쳐오는 환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본분’을 ‘열정’으로 지켜내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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