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집안에서 양반교육을 철저히 받으셨던 아버지께서는 가톨릭신자인 스승과의 인연으로 세례성사를 받으신 이후 세례자요한의 본명을 가지고 신앙생활에 푹 빠지셨다.
자연히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의 열렬한 신앙적 삶의 테두리 속에서 성장하면서 교회를 가까이 했고 주일학교 교사 또는 성가대, 레지오마리에에 소속되어 작은 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8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리교사라는 너무 과분한 직책을 가지고, 나의 학생들과 함께 1년에 두 번은 반드시 장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아동보호소를 방문했다. 용돈을 모아서 장만한 간식을 들고 아동 보호소를 방문하는 날은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 활짝 열렸고 이미 친해진 아기들, 장애아들을 만날 생각에 모두 들떠 있었다.
보호소에는 너무나 아픈 갓난아기에서부터 몸을 가눌 수 없는 또래의 아이들, 평생을 한번도 서 볼 수 없는 장애아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나의 어린 제자들이 그들과 첫 대면을 했을 때 두려움에 쌓인 눈망울만 커진 채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제법 어른스런 모습으로 약한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의 배설물을 닦아주면서, 또 가지고 간 간식을 일일이 먹여주면서 아파하는 아이들의 다정한 친구로 변했다. 슬퍼하는 아기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비틀어진 손과 발을 쓸어 주면서, 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을 안아줄 때 행복해하던 나의 작은 학생들은 아동보호소 방문기를 이렇게 쓰고 있었다.
“나는 이 다음에 사제가 되어 저렇듯 가슴아파하는 친구들을 보살피련다.” “나는 의사가 되어 저 친구들 몸의 고통을 치료하리라.” “나는 간호사가 되어 천진난만한 아기들을 포근히 감싸련다.”
이 모든 추억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신 예수님과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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