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가정 축일인 27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를 ‘가정성화 주간’으로 지낸다. 한 해를 마감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열면서 몸과 마음이 ‘밖으로’ 분주한 이 시기에 특별히 가정 성화를 기억하는 것은 그럴수록 ‘안으로’에 대한 묵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황철수 주교는 올해 가정성화 주간 담화를 통해 특별히 ‘혼인성사’에 주목했다. 황 주교는 이 담화에서 혼인성사의 본래 의미를 깊이 성찰하고 그동안 이 약속에 얼마나 충실해 왔는지 각자의 모습을 되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국사회에서 최근 혼인 문제는 갈데까지 간 느낌이다. 돈이 없어서, 직장이 없어서, 기반을 잡지 못해서, 개방적 결혼관 때문에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인위적으로 늦춘다. 혼종혼인이나 비신자와의 혼인이 늘어나 성사혼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젊은 신앙 부부들 사이에서는 자녀의 신앙은 자녀가 성장한 후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결혼한 신앙 부부들이 자녀들에게 참 진리를 전수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황철수 주교의 지적대로 국제혼으로 형성된 다문화 가정을 따뜻하고 공정한 시선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맞아주는 일도 우리 시대가 실천해야 할 과제다.
이 모든 과제들을 극복해 내기 위해선, 우선 혼인성사의 중요성이 재인식되어야 한다.
아직도 혼인성사를 단순한 통과의례 예식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혼인성사에 의한 혼인은 불가해소적 사랑의 계약이다. 혼인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영원한 사랑을 상기시키는 거룩한 표징이다. 그리스도와 교회가 헤어지지 않듯이, 혼인성사에 의한 혼례는 절대로 풀리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교 신자 부부와 부모들은 변함없는 사랑으로 일생을 통하여 은총 중에 서로 도와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께 받는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교리와 복음적 덕행으로 이끌어야 한다.
성가정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표지다. 이를 성취해 내야 한다. 혼자는 힘들다. 그래서 둘이다. 부부가 함께 손 꼭 잡고 성덕을 향해 전진하자. 하느님께서 직접 맺어주신 인연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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