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2008년 행정안전부의 통계만 봐도 결혼이민자 수가 144,385명에 이르고, 국내 총혼인건수(327,715건) 중 국제결혼은 36,204건으로 국제결혼비율이 11%에 달한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피부색이 다른 엄마들이 우리 이웃이 되어 우리와 말을 섞고 사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 사이 태어난 자녀들도 58,007명에 이른다. 우리의 자녀들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과 함께 어울려 뛰놀며 공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민여성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리는 방송보도매체들이 전해주는 내용을 통해 이 땅에 살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의 어려움과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막연한 동정심을 발휘한다.
물론 다문화가정이 그 시작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결혼이민여성들 중에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국제결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고 입국절차가 쉽기 때문이다. 한국인 남성들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손쉽게 외국인 여성을 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배우자를 구하는데 크게 작용하는 경제력, 나이, 건강상태에 상관없이 결혼중개업체에 일정액의 금전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발부터 결혼의 의미와 부부간의 책임과 의무가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결혼이민여성들의 국적이 한족, 조선족은 물론 베트남, 필리핀, 일본, 대만, 몽골,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100여 개국이 넘는다. 이는 언어의 장벽뿐만 아니라 가정생활 안에서 문화적 갈등과 부적응을 낳고, 열악한 가정환경에 자녀들을 방치하는 위험을 가져온다. 이뿐만 아니라 상습적인 가정폭력과 지속되는 경제적 어려움은 결혼이민여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이며, 때때로 가정해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할 경우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야기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정부는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고 다문화가정이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 ‘1366 긴급지원센터’ 운영, ‘사회통합이수제’ 실시 등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종교와 사회 NGO단체들도 한국어 교육, 문화교육, 고충상담, 쉼터운영 등을 통해 인도적 차원의 배려와 보살핌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절박한 이주여성들이 있다. 남편과 사별하였거나, 이혼을 당하거나, 시댁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주여성들은 철저히 사회적 외톨이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미래는 불투명하고 두려움이며, 삶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다. 학대받은 육신의 고통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 심리적 안정과 치료가 급선무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언제까지나 보호와 동정의 대상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여성들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이들이 재활하지 못하면 그들의 어린자녀들의 미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이들이 재활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교회는 노동사목위원회를 통해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정착을 돕고, 가정해체로 고립된 다문화모자가정의 자활을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안에서 결혼이민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음식을 잘 먹는 능력이 아니라, 가족의 존중과 격려이다. 따라서 가족상담, 부부상담을 통해 문화적 이해의 폭을 넓히고, 부부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와 가정을 이루기 위한 서로간의 노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또한 가정해체로 고립된 다문화모자가정을 위해 우선적으로 안정적 주거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일정기간만 제공되는 생활공간이지만, 이곳에서 이주여성들이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고 직업훈련을 받아 직장도 다니면서 스스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처럼 삶의 고난을 넘어 한국인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주여성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모두가 하루 빨리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이 모든 노력과 배려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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