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 태양이 떠오른다. 하지만 올해 태양은 예년처럼 눈부시지 않아 보인다.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40~50대 가장들이 늘고 있다.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계층간 반목도 심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나만 옳다’는 귀 막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옆 사람은 상관 안한다. 나는 이기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번 돈과 획득한 권력은 내 맘대로 쓰고 내 맘대로 휘두른다. 2010년 새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2010년에는, 몸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을 풀어 와르르 땅에 떨어트리듯, 그렇게 집착과 욕심을 땅에 툭 떨어트리자. 정진석 추기경은 신년 메시지에서 “겸손한 자세로 그릇된 욕심과 애착을 갖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길 말씀이다. 허술하게 이은 지붕에 비가 새듯이 수행하지 않는 마음에 욕망이 스며든다. 욕심과 행복은 반비례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마태 5,3). 노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말한 대로 그릇이 그릇이기 위해선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노자 11). 아무리 화려한 그릇이라도 가운데가 비어있지 않으면 그릇이 아니다. 공자는 “불환무위(不患無位) 환소이입야(患所以立也)”(논어 이인)라고 했다. 지위가 있고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자신의 뜻을 세울 수 있는지 없는지를 걱정하라는 뜻이다. 마음을 비우고 진리를 위해 정진하는 사회분위기가 아쉽다.
하지만 욕심을 비웠다고 해서 세상에 평화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평화는 균형과 조화 속에서 온다. 불균형을 균형으로 바꾸자. 허전함을 채워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무엇이나 삼키려는 허기증이나 그 어떤 것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으려는 거식증, 전혀 쉬지 않으려는 일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나 손가락 하나 까닥 않으려는 무기력, 영혼의 생살을 깎아 내리는 과도한 고해성사 혹은 그리스도의 자비에 기댄 지나친 윤리적 무감각….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의 불균형, 이웃관계 속에서의 불균형, 사회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바꾸자. 그런 다음 칼을 내려놓자.
2010년은 대결을 멈추는 화해의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약자들은 자위본능이 발달한다. 자위본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자위본능이 잘못하면 유연성을 잃고 완고함에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매사에 과민반응하기 쉽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약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편을 가른다. 이는 야당 여당이 똑같다. 가진 자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짜릿한 쾌감을 줄 수는 있어도 대결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는 못한다. 가진 자도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윗사람은 자기가 아래로 내려가서 상대와 대등하게 행동할망정, 상대가 자신 있는 곳까지 올라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강자와 약자 모두가 깨져야 한다. 동시에 칼을 내려놓아야 한다. 칼은 영신 수련을 위해 자신의 영혼에게 사용할 물건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할 힘을 2010년 새해의 태양에서 얻자. 세상이 어둡다고 한탄하지 말자. 태양은 어김없이 뜬다. ‘참 태양’이시며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오신다. 얼마나 크고 웅장한가. 거기에서 나오는 빛은 또 얼마나 눈부신가. 만약 새해의 태양이 흐려 보인다면,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이 흐려져 있지 않은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따뜻함’의 희망은 이미 예고돼 있다. 지구는 초속 30km의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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