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을 지낸지 10년이 지났다. 한국교회는 10년 전 대희년을 설렘으로 맞았고, 땀과 기도로 보냈고, 진지한 결심으로 매듭지었다. 그 설렘의 두근거림이, 기도의 열정이, 다짐의 각오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새로운 1000년기를 여는 대희년의 기쁨은 거저 주어진 ‘은총’이었다. 문제는 이 은총을 어떻게 오늘 우리의 삶 안에서 구체화 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대희년 정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희년 정신은 정화와 쇄신, 통교, 사명에 대한 재인식, 표징 등으로 요약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삼천년기」에서 교회는 “참회를 통하여 과거의 과오와 불충한 사례들, 항구치 못한 자세와 구태의연한 행동에서부터 자신을 정화하도록 격려하지 않고는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33항)고 천명했다. 먼저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구태에서 벗어나려는 쇄신의지가 없다면 대희년을 수백번 지내더라도 의미가 없다. 교회와 신자 각자는 이전의 구태를 벗고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쇄신 의지는 통교와 표징으로 열매 맺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회 속에서 참된 삶과 복음의 표지가 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천주 성삼께서 이루시는 통교의 산 표징이 돼야 하고,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은 사랑으로 친교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2000년 당시 교회가 전개한 ‘새날 새삶’운동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대희년의 정신을 삶 속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이 운동은 1998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대희년 실천 운동으로 선포됐다. 새날 새삶 운동은 신앙생활을 쇄신하고 새 시대에 맞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희년 은총의 선물은 대희년 한 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받은 은총의 선물은 계속될 것이며 세상 끝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만약 대희년 은총의 기쁨이 조금이라도 멀게 느껴진다면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주어진 은총의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다. 그 10년 동안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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