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1월 1일은 전 세계 교회가 함께 지내는 ‘세계 평화의 날’이다. 교회는 지난 1967년 12월 8일 교황 바오로 6세가 1968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한 이후 매년 이날을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지내오고 있다.
올해로 마흔세 번째를 맞는 평화의 날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평화에 대한 인류의 갈망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는 달리 말해 인류가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평화의 날 담화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피조물의 보호와 평화 건설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창조 질서 수호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책임과 노력을 호소하고 있다. 교황은 담화에서 “모든 사람이 하느님과 인간과 피조물 전체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달으면 선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계시의 빛과 교회의 전통에 충실하여 저마다 여기에 공헌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나아가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면서 “환경 파괴는 흔히 장기적인 정책들의 결여나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추구에서 기인하고, 결국 이는 피조물에 비극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교황의 언명은 자연 환경에 대한 인간의 부주의, 천연자원의 무분별한 사용, 기상이변 현상, 생명과학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조작, 반자연·반생명적 각종 정책 등으로 인해 창조 질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 더욱 깊이 묵상해야 할 부분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4대강 사업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두고두고 곱씹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교황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서는 경제논리와 개인주의에 빠져 계층과 세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분쟁과 갈등 양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참 평화의 의미를 묵상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내놓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돌아보는 평화의 날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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