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신상원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8위의 시복시성을 위한 예비심사 법정 개정식을 가졌다는 소식이다. 이번 법정 개정은 한국전쟁 등 격변기에 신앙을 증거하며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에 시복시성을 위해 예비심사를 받은 대상자는 성 베네딕도회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대목구 지역에서 사목활동을 펼치다 1949~1952년 북한 공산정권에 의해 순교한 분들이다. 연길교구 소속 수도자들도 대상에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순교한 장소는 평양 인민교화소, 옥사덕수용소, 만포 관문리수용소, 함흥 감옥, 원산 인민교화소, 순안 인민교화소, 평양 감옥 등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다.
우리가 눈과 귀를 닫는다고 해도 엄연히 일어났던 일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북한 전역에서 신앙을 굽히지 않다가 피를 흘렸고, 그렇게 순교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무관심했다.
시복시성 예비심사 청원서에서 밝힌 대로 이들은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죽음을 인식하고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온전히 받아들인 분들이다. 또 이웃과 원수까지 사랑함으로써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항구히 순교를 지향한 분들이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는 올 한해는 이분 들을 기억하며 보내야 할 것이다. ‘거룩함’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본지는 그동안 순교자들의 삶은 과거 속에서만 머물러선 안된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또 기도만으로는 ‘진정한 거룩함’을 완성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내가 거룩해지지 않으면 수 십번의 대축일 미사 참례도, 수 십번의 시복시성 법정 개정식도 의미가 없다.
순교의 시대에 거룩함의 완성이 순교로 드러났다면, 순교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의 거룩함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 방식은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고통 중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한다.
38위에 대한 시복시성 재판 제2차 회기는 오는 4월 15일 왜관수도원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신앙인들이 이 재판 과정에 기도로 함께 했으면 한다.
성인 탄생의 과정에 기도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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