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변함없이 드러낸 것이 있는데, 바로 미디어법이다. 미디어법 개정을 두고 발생한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국민들에게 미디어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서거와 관련하여 보여준 추기경님과 천주교에 대한 미디어의 크나큰 반향은 예비 신자 증가뿐만 아니라 냉담교우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등의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미디어의 중요성이 교회 안팎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미디어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현대인의 눈과 귀가 되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이 매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영향력은 통신기술과 미디어가 융합된 멀티미디어 시대가 시작된 후 더욱 강력해졌다. 그로 말미암아 예전에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을 이제는 현실 속에서 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손바닥보다 작은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들을 빠른 시간 안에 축적하고 공유한다. 곧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인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은 교회를 향해서도 변화와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교회는 일찍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안에서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Inter Mirfica, 1963)을 마련하여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이 교령은 미디어에 관한 교회의 첫 번째 공식 문헌이며, 일반적으로 미디어를 지칭하는 ‘대중 매체’(Mass Communications)라는 용어가 아닌 ‘사회 커뮤니케이션’(Social Communications)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디어는 인간적이어야 하고 인간사회에 봉사하는 도구로서 인격체간의 참다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 교령은 구체적인 사목 지침을 제시하면서 양질의 출판물과 방송, 영화 제작을 적극 지원할 것을 촉구하였고, 미디어 종사자들과 사목자들 그리고 수용자들까지도 교육하고 훈련을 시킬 것을 권고하였다. 그 후 교회는 ‘일치와 발전’(Communio et Progression, 1971), ‘새로운 시대’(Aetatis Novae, 1992)를 발표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필요한 사목적 지침들을 제시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 매체의 발전과 이용이 보편화 되자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에서 ‘인터넷 윤리’(2002)와 ‘교회와 인터넷’(2002)이라는 문헌을 발표하여 이에 대한 가톨릭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교황청이 유투브(You Tube: 세계적인 UCC 사이트)와 각종 매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교회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복음화의 가능성까지도 열어주었다.
이처럼 교회는 미디어 분야의 새로운 환경에 응답하고 적응하기 위해 민첩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변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사도좌가 제시하는 미디어 관련 사목적 지침이 각 지역 교회 특히 한국교회 안에서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지는 되짚어 볼 문제이다.
한국교회가 미디어에 갖는 관심이 과거보다는 높아지기는 했지만, 현대 사회 안에서 미디어가 끼치는 영향력과 사도좌가 제시하는 지침의 수준을 고려할 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디어 중요성에 대한 사목자들의 인식의 문제, 사회 매체 문헌에 대한 교회 내 미디어 종사자들의 관심, 신학교를 비롯한 가톨릭 교육기관의 미디어 교육 실행 여부, 미디어 전문가로 일하는 신자들을 지원하고 영적으로 돌보는 일 등이다. 이 외에도 미디어 발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재정의 확보와 인재 양성 등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고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미디어 없는 사회와 교회를 상상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미디어의 중요성을 좀 더 깊이 고려하여 사도좌가 제시하는 사목적 지침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때 비로소 현대인들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미디어를 통해 복음화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