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고, 내생(來生)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는 것을 보라.”
최근 손에 든 책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문구다. 불교적 냄새가 짙다. 맞다. 달라이 라마 이후 티베트 불교의 떠오르는 별로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의 가르침에 관한 책이다. 서문을 읽다가 다음 글귀가 눈에 박혔다. “고통과 상실은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씨앗이다.” 이 책에 매력을 느낀 것도 아마 이 글귀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사람 냄새 때문일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전생’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생’은 윤회(輪廻)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전생과 현생 사이엔 어떠한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인생살이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에게 ‘전생’은 매력적일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윤회’가 그렇다. 이들 교리에 의하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는 바로 전생의 결과요,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다음 생이 결정되어진다. 이런 표현이 가능할진 몰라도, ‘기회의 빈도’라는 면에서 일면 호감을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전생도, 윤회도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현재의 삶’이 유독 강조됨은 크게 탓할게 아닐듯 싶다.
지난해 봄이던가, 퍼뜩 드는 생각에 적어놓았던 글이다.
“중요한 것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존재론적 확인. 가톨릭신문이 존재하는 이유는 교회의 존재 이유와 동일하다. 세상의 복음화가 그것이다. 더 정확히 말해서 세상 복음화의 도구로서의 사명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 말씀을 세상에 널리 전하고,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를 희망하며, 이미 세상에 구현되고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현현(顯現)하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 소명이다.
여기서, 교회의 각 지체들, 특히 언론에 요구되는 것이 교회적 감각, 곧 신앙감(Sensus Ecclesiae, 센수스 에끌레시에)이다. 사건과 사실을 어떠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부분이다.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업의 열쇠가 바로 신앙감이다. 개인에 따라서, 신념과 성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없는, 그리고 달라져서도 안될 기준. 모든 행동과 사고와 해석의 가장 근본 바탕이 되는 기준 말이다. 그것이 신앙감이라면, 과연 그 신앙감의 바탕은 무엇인가. 아마도 복음정신이 아닐까.
복음정신은 무엇인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무엇이 복음인가. 하느님의 아들이자 그리스도이신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으며,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부활한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셨다. 그리스도교(가톨릭) 신앙은 이것을 믿는다. 이것이 복음이다.
복음은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에 있다. 그리고 그 성경을 해석하는 거룩한 교회전통에 있다. 복음정신이란, 바로 이러한 복음을 삶의 근거이자 최종 목표로 삼아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러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동력(動力)이다. 이젠 성경으로 돌아갈 차례다. 그곳에 복음이 있고 복음의 원천인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성경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사랑이신 하느님이다.”
경인년 새해를 맞으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다가 이런 글귀에 다다랐다. 내친 김에 올 한 해 ‘신약성경 통독’이라는 당찬(?) 결심을 세운다. 독자 제위께서도 올 한 해 필자와 함께 복음의 장이요, 신앙의 원천인 ‘성경’ 읽기에 도전해보지 않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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