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때다. 런던공항에 내려 입국수속을 하려고 제일 짧은 줄을 골라 뒤에 붙어 섰다. 갑자기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둘러보니 앞에 부부로 보이는 흑인 남녀가 서 있었다. 윤이 나도록 반짝이는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곱게 땋고 옷은 화려하게 차려 입었다. 속이 울렁거리며 구토가 났다. 그만큼 냄새는 형용할 수 없게 고약했다. 그 민족에게서 나는 특유의 체취인 것 같았다.
민족마다 몸에서 풍겨 나오는 특이한 냄새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생활환경, 특히 먹는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민족마다 식생활에 차이가 있고 즐겨 쓰는 향신료가 따로 있으니 그것이 몸에 배었다가 풍겨 나오면서 낯선 코를 자극하는 것일 게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몸을 사렸다. 혹시 나에게서도 된장냄새, 김치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외국인들이 우리에게서 나는 마늘냄새에 질색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영성체를 한다. 예수님의 몸인 성체는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성체를 영함으로써 예수님이 우리 안에 오시고 우리는 예수님과 한 몸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 몸이 바로 예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리스도의 향기를 몸 안에 지녔는가. 몇 십 년 영한 예수님의 몸과 피가 우리 안에 녹아 있는가. 가는 곳마다 그 향기를 밖으로 드러내는가. 성체를 모실 때마다 혼을 다해 그분을 모셔 보았는가. 온갖 잡생각으로 가슴이 가득 차 빈자리가 없다면 그분이 어떻게 내안에 들어와 안착을 하시겠는가.
그리스도화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예수님의 추종자가 되어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그 길은 고통을 감내하며 골고타로 걸어 올라가는 십자가의 길이다. 그 길의 정점에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이 있다. 지금은 순교를 요구하는 시대는 아니다. 우리에게 십자가의 길이란 하루하루 주어진 의무에 충실하며 주님의 자녀로 그 품위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 믿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바른 삶으로 주님을 증거 하는 것이다.
진실로 그리스도화 하지 못하면 우리의 발걸음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어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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