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이면 교회는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축일 전 한 주간(1월 18∼25일)을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주간으로 지낸다. 이 시기는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면서도 흩어져 있는 교회의 일치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도하는 때다.
한국교회는 지난 1965년 주교회의 산하에 일치위원회를 발족시키고 1968년 400여 명의 갈라진 형제들이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 모여 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가 함께 만든 기도문으로 최초의 합동 기도회를 엶으로써 일치를 향한 여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일치 운동은 197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으며, 이러한 열기와 노력을 바탕으로 1977년 「공동번역 성서」 편찬이라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는 일치의 의미와 필요성을 모르고 있거나 무관심한 이들이 대다수인 듯하다. 매년 일치 기도 주간을 지내며 갈라진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치를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주님께 일치의 은총을 내려주시길 함께 기도하고 있지만 반향 없는 메아리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일치 운동이 몇몇 교회 지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교회 저변으로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치 운동에 대한 일선 사목자들의 무관심과 편견도 이러한 상황에 적잖은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올 일치 기도 주간 담화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일반 신자들도 자신의 일상에서 함께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공동 체험, 공동 실천을 이끌어냄으로써 일치 운동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일치 운동의 역사에서 훌륭한 모범을 지니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19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와 인간존엄성 수호, 민족화해 등 시대의 징표를 통해 읽어낸 공통의 목표를 위해 다양한 실천의 장에서 함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일치를 이뤄낼 수 있었다.
어떠한 신앙이나 신념도 그것이 삶에 연결 되지 않으면 힘을 얻기도 지속되기도 어렵다. 일치를 위한 조그만 실천에라도 함께하며 일치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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