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할머니라니? 신부님의 어머니와 나물이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열일곱 살에 아기 엄마가 된 신부님의 어머니가 살던 시절은 일제강점기였다. 시대도 암울한 시기에 소장수가 된 아버지는 집을 떠나면 소식이 없고 또 알 수도 없었다.
농사일 집안일 모두 도맡아 하셨던 어머니는 신부님의 셋째 누님을 잃는 슬픔을 겪는다. 신부님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숨겨둔 돈만 빼낸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집과 논밭을 다 잡혀서 날려 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큰 빚마저 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돌아 왔을때도 낮에 빚쟁이들이 다녀갔다는 말 한마디만 전했을 뿐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잘못은 곧 우리 잘못이고, 우리가 잘못 했기에 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쩜 정말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대단한 어머니시다. 신부님의 어머니와 비교할 때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얼마나 불평을 하고 소인배의 행동을 하는지….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어른들의 훌륭한 인품과 행동의 부재에서 오는게 아닐까.
경제난으로 힘든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스캔들을 일으키지만, 오히려 그 여인을 정중하게 집에 불러들여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잠자리도 마련해 주셨다. 보통 사람들이 취하지 못할 성녀의 행동이시다.
이런 어머니이셨기에, 신부님의 어머니 사랑하는 마음이 책 곳곳에 남겨져 있다. “어미를 공경하는 것은 보화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집회서3,4)”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을 통해 옛 여인들의 삶, 인내에 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인 가족사를 솔직하게 쓰신 신부님의 용기에 감사드리며 신앙의 길목에서, 힘든 시기, 큰 고통에 처해 있는 분이나 부부간 갈등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이찬우 신부님의 어머니! 천국에서 웃고 계실 당신을 진심으로 공경합니다.
“아름다운 용모는 잠깐 있다 스러지지만 야훼를 경외하는 여인은 칭찬을 듣는다.”(잠언 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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