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사상 유례없는 피해를 입은 중앙아메리카의 빈국 아이티의 참상이 시공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는 아직 얼마나 많은 시신들이 깔려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고, 거리에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주검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폐허 위에 임시로 세운 병원마다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넘쳐나지만 의사는 물론 의료장비도 태부족이어서 기다림에 지쳐 목숨을 잃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온 가족을 잃고 눈물마저 말라버린 어린 아이의 모습 앞에서는 할 말을 잇기조차 힘들다.
이 와중에 전 국민의 80%가 넘는 이들이 가톨릭 신자인 아이티교회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조속한 사태 수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렵지만, 조지프 서지 미오트 주교가 건물이 무너지면서 목숨을 잃은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교회 공동체가 적잖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구호단체들이 속속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구호팀을 꾸려 현장에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전기와 상하수도 도로 등 기간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구호식량도, 구호대원들도 접근이 쉽지 않아 이재민 구호는 더디기만 하다.
한국교회도 사랑의 대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교회의 공식 해외원조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카리타스는 아이티 이재민들을 위해 미화 5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아이티 국민에게 보내는 위로 메시지를 발표하고 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긴급 구호자금 5만 달러를 아이티에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또한 서울·대구·광주대교구를 비롯해 2차 헌금을 통해 사랑의 대열에 함께하고자 하는 교구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각 단체 차원에서도 자발적인 성금 모금에 나서는 아름다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폐허가 되다시피한 아이티의 현실은 나라를 다시 세우는 것이나 다름없어 한때 반짝하는 도움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요청되고 있다. 아이티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열에 함께함으로써 나눔의 기쁨과 사랑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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