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참사 소식을 보도하던 CNN 여성 앵커 캠벨 브라운이 뉴스 도중 울었다. 11살 소녀가 기적적으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참사 현장에서의 보도는 계속된다. “소녀가 죽기전 남긴 마지막 말은 ‘엄마! 저 죽지 않게 해주세요’였습니다.” 앵커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은 전염성이 강하다. 그 눈물에 전 세계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운다. 세례를 통하여 성령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된, 그 몸이 운다. 삶에 지쳐서 울고, 사랑의 상처로 울고, 몸이 아파서 울고, 마음이 아파서 운다. 내가 힘들어서 울고, 가족 때문에 울고, 이웃의 고통을 보면서 운다.
지난 한 주, 많은 눈물을 만났다. 한 본당의 전임 사목회장님은 성전 건립 과정에서의 고통스런 추억을 떠올리며 울었다. 직장을 잃은 고등학교 동창이 소주잔 기울이다 내비친 눈물 앞에선 가슴이 먹먹해 졌다. 감당할 수 없는 생활고의 무게를 버티기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한 여성 신자 앞에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 구하기 위해 배낭 하나 메고 무작정 상경하는 아들을 배웅하며 현관 앞에서 눈물 훔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세상은 이러한 눈물을 거부한다. 울지 않으려 한다. 북경반점 휴업일도 아닌데 ‘울면 안된다’고 한다. 울지 말고 이 악물고 이겨내라고 한다.
하지만 눈물은 반드시 피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예수님도 울었다(요한 11,35). 바오로 사도처럼 눈물 많이 쏟은 성인도 드물다(사도 20,19 2코린 2,4 필리 3,18). 어쩌면 눈물처럼 소중한 것도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눈물 흘리는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의 친교를 회복한다. 아버지는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이 환호하며 거둔다”(시편 126,5)고 했다. 아들은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루카 6,21)라고 약속했다.
웃음이 고귀한 것처럼, 눈물도 고귀하다. 눈물로 누군가의 발을 닦을 수만 있다면 그 눈물은 값지다(루카 7,38 참조).
특히 눈물은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의 풍속화가 데이빗 윌키는 돈이 없어서 불에 타다 남은 막대기와 헛간 문짝을 연필과 캠버스로 사용했다. 가난으로 인해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프랭클린은 손수건에 막대기 두 개를 가로질러 만든 연으로 번개를 훔쳐냈다. 오늘날 자동차가 있게한 와트는 해부학자가 사용한 낡은 동맥 주사기로 첫 번째 응축증기기관 모형을 만들었다. 눈물은 어쩌면 성장 촉진제일지도 모른다. 신앙인에게 있어선 완덕 여정을 위한 동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앙인이라면 눈물을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펑펑 운다. 어머니의 자궁을 벗어나기 싫어서 운다. 낯선 세상이 두려워 운다. 아무리 아기에게 삶의 행복을 이야기해도 아기는 운다. 세상에는 아이스크림이 있고, 엄마의 사랑이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기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운다. 하지만 아기를 맞이하는 엄마와 가족은 그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아기의 눈물을 닦아 준다.
우리는 죽을 때 펑펑 운다. 세상을 떠나기 싫어서 운다.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 두려워 운다. 아무리 천국의 행복을 이야기해도 우리는 운다. 천국에는 달콤한 행복이 있고,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운다. 하지만 영혼을 맞이하는 하느님과 천국 가족은 그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영혼의 눈물을 닦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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