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의 마지막 주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나라 밖 곳곳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해외 원조 주일이다.
한국교회가 해외 원조를 위한 주일을 정한 지 올해로 17년이 된다. 처음에는 ‘사회복지주일’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2004년부터 해외 원조 주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해외 교회로부터 원조를 받아오던 입장에서 원조를 하는 입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고, 한국교회가 사랑의 이름으로 가진 것을 나누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의 실천은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필수적인 요인이다. 이 때문에 보편교회는 세계 각국의 교회들이 서로 협력해 국가와 이념, 인종과 피부색을 뛰어넘는 진정한 나눔을 통해 인간 발전에 기여하길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길을 돌려보면 물질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세태 속에서 나눔의 부재로 인한 문제들이 지구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떠올라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구촌의 기아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섰다. 또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는 27억 명이 2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이러한 위기는 물질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쓰고도 남을 재화를 나누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공동선에 봉사하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도록 이끌며, 부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는 것’임을 밝히고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일에 앞장설 것을 제안한다.
시대는 변하지만 어디에서나 우리의 나눔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이 나눔이야말로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치신 이웃을 사랑하는 가장 기본적인 실천 방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느님을 닮은, 자신을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그 신비로운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발견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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