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굳이 이런 캐치프레이즈 때문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이미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현대 문화의 장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주말이면 재탕 삼탕에, 명절 때면 열댓 번도 더 튀겨 본 영화를 틀어주는 ‘○○의 명화’류의 문화에 젖어 살아온 필자도 스펙터클한 어드벤처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이다. 아빠를 닮았는지 아이들도 이미 「인디아나 존스」류의 모험 영화를 보는 시각이 수준급(?)에 올라 어드벤처 시리즈를 다 꿰고 있을 정도다. 이런 우리 부자에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바타」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 영화가 개봉된 지 얼마 안 돼 아이들의 성화에 극장을 찾은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아바타」에 대한 세간의 이러저런 평을 제쳐두고 아이들의 눈으로 본 영화는 한마디로 “신기한 것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데 뭐가 이리 복잡해”였다. 영화에 담긴 이미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메시지가 어려워서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시각적 효과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자연숭배와 연결된 정령주의를 부추긴다”는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평과 일맥상통하는 점을 보면 아이들의 눈이라고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이런 교회의 입장을 두고 언론들은 ‘딴죽걸기’ ‘불편한 시각’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은근히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으로만 봐도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현대 문화산업의 쾌거’라고도 하는 「아바타」에는 누가 봐도 종교적인 코드가 강하게 녹아 있다. 영화 제목부터가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원래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말이다. 아바따라는 ‘내려오다’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뜨르(ava-tr)’의 명사형으로, 신이 지상에 강림하거나 지상에 내려온 신의 화신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천백억 화신불’을 말한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의 본질이 천백억 개의 화신으로 세상에 드러난다는 뜻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나비족이 나무의 신에게 기도하거나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의 영혼들과 교감을 나누는 장면 등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도 원시종교를 떠올리게 한다. 나비족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며,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는 영적인 대사까지 던진다.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이 자연과의 교감을 뛰어넘어 영적인 교류까지 한다는 설정은 ‘정령주의’ ‘물신숭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아바타」가 현대 영화사, 아울러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열광하기에 앞서 영화 자체를 물신(物神)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피어오른다. 이는 현 인류가 지닌 빈곤한 상상력에 대한 인과응보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남아있는 상상력, 그것이 확장된 창조적인 힘마저 오로지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일에 쏟아버린다면 현실의 고통과 이를 극복할 인류의 연대는 우리의 몫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인류는, 나비족이 자신들을 구원할 ‘토르크 막토’를 기다리듯 상상 속의 존재에 매여 참다운 구원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상상의 지평을 넓혀보자. 성경은 우리에게 우주의 역사와 이 우주도 감당할 수 없는 창조라는 엄청난 상상을 더해준다. 당장 상상력 충전을 위해 성경 읽기에 나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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