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고 물이 많은 곳. 골짜기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
자연을 닮아 순박한 사람이 모여 사는 정직한 땅 춘천교구에 새 목자가 났다.
2월 1일, 16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춘천교구를 일궈온 성실한 농부 장익 주교는 새 주교를 반갑게 맞았고, 춘천교구청에 첫 발을 내딛은 김운회 주교는 진심어린 환대에 시종일관 웃음을 지었다.
두 목자가 춘천교구 관할도 앞에 섰다. “여기부터 여기까지가 우리 교구입니다.” 두 동강 난 분단 현실을 품고 70년을 살아온 분단 교구의 아픔 앞에 두 목자가 마주섰다. 옥수수, 감자, 연탄….
무엇이든 더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지난 16년간 가슴앓이 하며 북녘을 바라보던 장 주교와, 그런 장 주교의 그칠 줄 모르는 사랑에 존경을 표현했던 새 목자 김운회 주교.
그 두 목자가 주교좌성당 제대 앞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 성경은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들어주신다고 했다.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 두 목자의 경건함에 하늘의 뜻이 깃드는 듯 했다.
두 목자는 또 자리를 옮겨 성직자묘역에서 함께 고개를 숙였다. 38선을 넘나들며 사목하던 고(故) 이광재 신부를 비롯해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두 목자의 어깨에 내렸다.
나란히 걷는 두 목자의 뒤를 묵묵히 따라 걸었다. ‘사랑으로 하나되어’(김운회 주교) ‘하나되게 하소서’(장익 주교) 사목표어도 닮은꼴인 두 목자는 뒷모습도 닮았다.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닮았고, 그 중 가난하고 소외된 자에게 더욱 정성을 쏟는 마음도 닮았다.
죽음의 행진을 넘어 삶의 행진으로 70년을 걸어온 춘천교구의 앞날에 하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두 목자를 따라 걸었다.
이른 봄바람이 따듯이, 어디선가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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