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교회는 루르드 성모 마리아 발현 첫날인 매년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고 있다. 전 세계 교회는 이날 병자들의 빠른 쾌유와 의료인들의 헌신적 봉사를 위해 기도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2년 ‘세계 병자의 날’을 처음 제정한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 병자의 날은 가톨릭 의료 기관들이 병자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로 하여금 특별한 방식으로 보건 사목에 투신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었다.
그런데 올해 병자의 날 교황 권고는 예년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병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사제의 해를 맞아 그리스도의 연민의 표지이고 도구이며, ‘병자들의 봉사자’로서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다가가야 하는 사제들을 특별히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제들이 병자들에게 아낌없는 배려와 위안을 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동안 병자의 날 주제가 주로 병자들의 고통,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온 반면 올해는 병자를 대하는 사제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병자들에 대한 사목은 원목사제에 한정되어온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목이 그렇듯이 특수사목은 특수한 상황 안에서만 전개되는 것이다. 본당 사목은 모든 특수사목을 끌어안는 합집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본당 자체가 신앙인들의 모든 특수 상황을 끌어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당 사제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각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병자들이 우리 모두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해서 보속하는 이들이라고 고백한다. 고통을 겪는 이들은 그 고통으로써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들은 우리 모두의 깊은 사랑과 존경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스러운 간호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창립 때부터 항상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병자들을 돌보는 것을 고유 소명으로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약한 이들에게 베풀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는 그대로 우리 교회가 따라야 할 모범이 아닐 수 없다.
사제의 해는 모든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제자 신원을 깊이 묵상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치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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