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애달팠던 가슴 살며시 누르고
당신을 다시 불러 봅니다.
김수환 추기경 님 스테파노 님
그 동안 천상에서 잘 지내셨는지요
지금도 옆에 계시는 것만 같은데
그 음성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은데
두 눈 지그시 감으시고 쳐다보시는 것만 같은데
당신 가신지 벌써 1년이 됩니다.
끼시던 안경은 하염없이 창 밖만 내다보고 있고
쓰시던 연필은 당신 기다리다 지쳐 벌렁 누워 있더군요
아직 당신이 그쪽 나라로 가신 걸 모르고 있나 봅니다.
남기고 가신 각막으로 이승을 조금은 보고 계시나요
용인 동산엔 지금도 아쉬운 발길 끊이질 않고 있고
명동 유품 방엔 오늘도 눈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기경 님
이젠 우리 슬퍼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게요.
장기기증예약자들 접수대 앞에 길게 줄 서 있고
‘서로 사랑 하세요’는 이웃끼리 지역간에 파도처럼 번져갑니다.
금융위기도 우리가 먼저 벗어났대요.
스테파노 님 우리 잘 하고 있지요
이젠 더 잘 할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지켜봐 주세요.
빙그레 웃는 당신 얼굴 보고 싶어
우리 모두 잘 해 나갈 거예요
신나게 신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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