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바가지 붓고 펌프질하다 보면
샘물이 콸콸 솟구쳐 올랐지요, 그처럼
마중물 돼준 바보가 우리 곁에 있었어요
명동 대성당 제대에서 내려와
저 빛없는 땅 속으로 홀로 마중 나가
큰 물 데불고 돌아와
우리 목마름을 풀어준 그 바보의 손길
우리 가슴을 데워준 그 바보의 말씀
우리 눈빛을 쓰다듬던 그 바보의 미소
그 바보가 먼저 무릎 꿇고 언덕이 돼주었기에
그 바보가 먼저 팔소매 걷고 어둠 걷어냈기에
그 바보가 먼저 용서하고 아낌없이 나눠줬기에
믿음이 깨진 곳에 믿음이 찾아왔어요
소망이 없는 곳에 소망이 생겨났어요
사랑이 시든 곳에 사랑이 살아났어요
바보의 두손
세상에 다시없는 거룩한 손이었어요
▲ 김장호 시인
2005년 조정권 원구식 강성철 시인의 추천을 받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했다. 현재 시 (사)한국시인협회의 후원으로 '소통과 희망'을 주제로 각 분야 명사들의 인터뷰 기사를 월간 《현대시》에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는 乙이다》. 산문집 《희망 한 다발 주세요》(동아일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