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경기도 용인 무등치 산자락에 위치한 용인공원묘지까지 불과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김수환 추기경 묘소를 찾아간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취재가 걱정됐다. 평일, 게다가 추운 날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를 찾을까. 하루 종일 아무도 못 만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른 아침 도착한 묘소는 사람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게다가 오전 내내 묘소 옆에서 기다렸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오후 1시가 되자 추모객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서울 오금동본당 연령회원들부터 노원본당 추모미사 답사팀, 미국에서 교포신자 등 추모객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침부터 걱정과 불안에 떨었던 기자에게 추모객들은 김 추기경이 주신 선물이자 기적이었다.
평일 오후, 쉽지만은 않은 발걸음을 한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 추기경의 묘소 앞에서 개인적으로 바치는 기도가 뭐냐는 평범한 질문이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개인적인 바람보다는 평화와 안정, 사랑과 나눔 등 이웃에 관한 기도가 많았다. 한 신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긴 김 추기경의 삶을 본받으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 추기경에, 그 신자들이었다.
이날 많은 이들이 김 추기경의 묘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김 추기경의 정신을 따라 살겠다며, 봉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들의 얼굴은 밝았다. 추모 여행에서 오는 행복을 만끽하는 듯 했다.
2월 14일은 설날이다. 조상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 한 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결심을 하기도 한다.
올 한 해는 김 추기경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나겠다고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 추기경은 생전에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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