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2월 16일)다. 지난 1년간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김 추기경의 영성을 본받자”“김 추기경의 삶을 따르자”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통합이라는 지향점이 희미해지고, 갈등과 반목이 재연되고 있다. 입으로는 일치와 화해를 말하지만 행동은 분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실업률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고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잇따른 도발을 통해 ‘민족끼리’상처주고 있다. 국제사회는 경제위기의 경고등을 연일 켜대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정치권은 공존을 위해 머리 맞대려 하지 않는다.
반성은 없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
언제부터 한국사회가 이렇게 됐는가. 언제까지 손에 음식물을 가득 쥐고 항아리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원숭이의 우(愚)를 범하고 있을 것인가.
정치권은 현재의 다양한 위기와 관련해 각자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대책들이 물질주의 혹은 기회주의적 실용주의, 지역주의에만 바탕하는 것이라면 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영혼이 먼저 살아야 정신이 맑아지고, 그래야 몸도 건강해 진다는 것은 진리다.
김 추기경의 영성과 모범이 하루빨리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야 하는 이유다. 장기기증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흐믓해 할 일이 아니다.
교회는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를 걷어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풀 죽어 있는 현 한국사회에 새로운 영양제가 되고 있는지 늘 반성해야 한다.
완덕은 감사와 사랑으로 통합된다는 것이 가톨릭 신앙 고백이다. 우리는 모든 일에 언제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에페 5,20).
이러한 하느님 안배는 당신 사랑의 결과이기 때문에 하느님 뜻을 완수하는 인간의 응답도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1코린 13,1-3 참조).
잣대는 이미 있다. 신앙인들이 그 잣대를 찾아 사회에 쥐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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