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를 마치면 바로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점인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는 믿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은총의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며 인류 구원을 위해 외아들까지 내어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자신의 삶으로 살아감으로써 주님의 부활에 동참하는 길을 준비하게 된다.
온 인류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며 참회와 기도, 희생과 보속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사순시기를 지내는 그리스도인에게 맞갖은 자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세로 살아갈 때 비로소 주님께서 주시는 희망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이기적 욕심들이 낳는 비극적인 현실들을 목격하고 있다. 눈길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곳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에 신음하는 소년소녀가장이나 홑몸노인, 장애인, 철거민, 이주노동자 등의 존재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한 단면일 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종과 피부색, 종교와 이념 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사람의 목숨까지 해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 채 다른 이의 잘못만을 찾아내려고 할 때 빚어지는 아픔들은 가정과 사회, 공동체 안에서 참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비극들은 특히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절망과 좌절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 이 때문에 교회는 끊임없이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길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회개란 죄를 뉘우치는 것뿐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삶을 통해 온전히 그분께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자선 행위 이전에 신앙인들이 실천해야 할 사랑의 의무다. 나눔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베푸는 이에게도 풍요로운 은총을 체험하게 한다.
교회는 특별히 사순시기에 고통과 어려움에 놓여있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하길 호소한다. 진정한 나눔의 정신으로 기꺼이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희망을 나누는 은혜로운 사순시기가 되도록 하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