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지도층이라고 다 잘 살지 않았는데 지금은 지도층 치고 못사는 이가 없다. 특히 중앙 부처의 일부 고위 관료들은 지방 서민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산가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재산가, 그 가족들의 염치를 잃은 허영과 호사 생활이다. 유행의 첨단을 걸으면서 명품만 선호하는 일부 지도층 가족들의 행태. 고위층이 이러하니 국민들도 대부분이 외면치레에 정신을 팔고 있다. 얼굴을 뜯어 고치고 옷을 유행에 맞춰 입고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큰 차만 타면 성공한 삶으로 착각하고 있다.
사람의 생각이 어떠해야 하며,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의 자세나 도리라든지, 양심과 정직, 도덕성과 윤리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하는 지도자가 없다. 중·고교 윤리나 도덕 교과서에서 그런 걸 가르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온 나라가 영어를 잘해야 살 수 있다는 분위기에, 어떤 경쟁에서도 이겨야만 성공할 수 있고, 그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돈을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살고 보자, 인생의 고귀한 가치발현보다는 즐기고 보자는 정서가 온 사회에 팽배해 있다. 남녀노소로 하여금 퇴폐적 환락에 탐닉하게 하는 온갖 유흥업소는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언론 매체조차 퇴폐분위기 조장에 한몫을 하고, 인터넷에는 망측한 내용들이 뜻있는 국민들을 불쾌하게 하면서 청소년 정서를 좀먹고 있다. 과거 한때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모른 척 눈감아 주었던 퇴폐 분위기가 오늘날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이 지나친 기우일까.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국가적 미래, 국민적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반드시 정화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에 대하여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학문과 진리 탐구의 본거지인 대학조차도 그 대학의 대외 홍보물에 ‘함께 즐기는 거야!’란 말을 공공연히 쓰고 있다. 이 ‘즐기자’는 말의 근저에 무엇이 있을까. 젊은이의 원대한 이상과 포부, 인간의 아름다운 사랑,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극기하고 인내하고 노력하자는 의미가 있기나 할까. 순간적이고 즉흥적이며 본능에 충실한 쾌락만을 추구하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
요즘 우리 국민들은 또 명품과 유행을 너무 좋아한다. 가위 유행과 명품에 목숨을 걸고 명품이라면 껌벅 죽는다. 시골보다 도시가 그렇고, 서민보다 일부 지도층(부유층)이 더욱 그러하다. 입는 것, 드는 것(가방), 신는 것 등이 모두 명품이라야만 하고, 유행에 맞아야만 사람대접을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학식이나 사회적 지위, 인품으로 봐서는 그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데도 거의 100% 유행과 명품에는 죽고 못 산다.
이러한 풍조는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심한데, 그 결과가 많은 짝퉁 명품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짝퉁 명품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일본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사가는 것이 한국의 짝퉁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 국가적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까. 임부가 출산을 외국에서 하려는 것이 그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듯이 ‘짝퉁 명품의 천국’이란 평가 역시 국위를 실추시킬 것이다.
지도층의 대오 각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도층은 지도층 고유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있어야 한다면 좀 힘들더라도 이를 목숨처럼 중시하여 일반 국민들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기강이 바로 잡히고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지도층이 이중국적을 가지고 미국에서 출산을 하고, 자녀 교육이란 핑계로 위장전입을 예사로 하는 마당에 국민들의 이 같은 행태를 누가 나무라며 제재하겠는가.
거듭 강조한다. 유행의 노예, 명품의 노예에서 먼저 해방되자.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나 일기 예보를 하는 아가씨들도 저녁마다 최신 유행의 옷을 바꿔 입고 나오는 것을 모두가 나무랄 수 있는 안목을 갖추자. 이들이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건전하고 알뜰하게 살면서 서로 깨우치고, 서로 스승과 거울이 되는 생활을 해나가자. 특히 이런 일은 우리 가톨릭 신앙인 지도층이 가장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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