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을 받지도 않았다. 그저 주어진 소명의 길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걸었고, 그렇게 목적지에 도달했다.
서울대교구 김옥균 주교가 3월 1일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로 올랐다. 세상의 무거운 삶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편안히 눈을 감은 김옥균 주교가 이제는 주님 품안에서, 영원한 행복 안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하다.
김 주교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그의 빈소가 차려진 명동성당에는 고인의 따뜻한 웃음과 미소를 기억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교구 성직자를 비롯해 많은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한마음으로 위령기도를 바치며 그를 기억했다.
김 주교를 기억하는 이들이 슬픔과 함께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그가 평소 보여준 신앙에 대한 진지함과, 그리고 교회에 대한 헌신 모범 때문이다.
김 주교는 숨은 목자였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큰 뜻을 옆에서 받들며, 묵묵히 교구의 살림을 도맡았다.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김 주교는 어머니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임종을 앞두고서도 변하지 않았다. 여의도 성모병원 원목부실장 전기석 신부에 의하면 김 주교는 오랜 기간 지병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을 텐데도, 매순간 만나는 이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삶을 평안히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랜 기간 하느님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살아온 김 주교의 공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주교는 또 마지막 고해성사 직후엔 “교회와 하느님, 나 자신에게도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일생에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장례도 일반 사제와 동일한 3일장을 고집했다.
평생동안 주님의 종으로 살아온 목자가 남긴 영성은 겸손과 감사였다. 김 주교는 지극히 단순한 겸손과 감사의 진리를 마지막 순간에 우리에게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그의 목소리는‘아멘’이었다.
상실감을 느끼고, 울며 슬퍼할 때가 아니다. 겸손과 감사, 응답의 영성을 통해 우리는 김 주교의 사목표어 ‘이 땅의 빛을(LUCEM IN HANC TERRAM)’을 계승해야 한다. 주님의 종, 김옥균 주교가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기원한다.
주님, 김옥균 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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