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학창시절에 본 이탈리아 영화 ‘라스트 콘서트’(The Last Concert)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90분 영화가 끝난 후, 전율 때문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 주인공, 스텔라(Stella)는 울었다. 그 눈물을 바라보며 울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텔라…. 스텔라는 라틴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4분 10초 연기가 끝나고 난 후, 전율 때문에 한동안 들뜬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여 주인공, 김연아는 울었다. 그 눈물을 바라보며 마음 한 구석이 찡해 왔다. 스텔라…. 김연아는 세례명이 스텔라, 별이다.
별은 역사를 바꿨다. 세계 언론들은 그녀의 성취를 육상 100m를 8초에 뛴 기록으로 비유했다. 쇼트(78.50) 프리(150.06) 종합(228.56) 모두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여자 피겨 스케이팅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세계 선수권대회(2009년)와 그랑프리 파이널(2006, 2007, 2009년), 4대륙 선수권대회(2009년)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면서 여자 싱글 선수로는 사상 첫 그랜드 슬램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김연아 스텔라는 이제 한국의 별, 세계의 별이 됐다.
그 별이 화려하게 떠오르던 그날, 우리는 잠시 하나가 됐다. 이념의 대립도, 반목도 접었다. 상대방을 손가락질하던 손을 거둬들였고, 그 부끄러운 손을 모아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만약 그 시간에 옆에 있었다면, 얼싸안고 춤을 췄을 것이다. 별을 응원한 그 시간,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하나가 됐다.
감동 때문이다. 김연아 스텔라는 우리들의 별이 됐고, 그 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줬다. 스텔라는 빙판 위에서 수만 번의 엉덩방아를 찧으며 연습했다. 한 번의 비상을 위해 천 번을 점프했다. 스텔라는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양의 훈련을 반복한 탓에 고질적인 무릎 허리 꼬리뼈 통증이 잦았다. 하지만 스텔라는 2006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고관절 부상으로 밀려오는 통증을 진통제를 맞아가며 참고 출전,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우승했다. 스텔라는 우리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오른 정상이기에 아름답다. 고난을 이겨낸 스텔라이기에 더 반짝인다.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는 순박한 목동의 청순한 사랑을 그린 「별」에서, 목동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산에 사는 목동들은) 평지에 사는 사람들보다 별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산에 올라야 한다. 라틴어로 ‘스텔리피코’(Stellifico)는 ‘별로 변하게 하다’는 뜻이다. ‘스텔라’를 바라만볼 것이 아니라, 나를 ‘스텔리피코’해야 한다. 힘들더라도 목표를 향해 땀 흘리며 정상을 향해 묵묵히 걸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별이 되게 해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 2,15)
3월 1일 선종한 김옥균 주교도 10년 전 비슷한 말을 했다. 함께 백두산을 여행했을 때,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별이 참 많다”고 말하던 김 주교의 모습이 생생하다. 김 주교는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어서 저 별처럼 하늘로 올라간다”고 했다. 그리고 “반짝이는 별처럼 하늘에 오르려면 이 땅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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