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3월 26일)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본지는 그동안 안 의사가 참된 신앙인이며, 그래서 그의 사상과 영성이 하루빨리 신앙적 차원에서 정리 보존, 전승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교회 내에선 안 의사의 의거를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안 의사를 의거를 단순한 개인 차원의 행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안 의사는 결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의병참모중장으로서 독립전쟁을 수행한 것이다. 국권을 되찾기 위한 독립전쟁의 정당성은 이미 보편 교회가 여러차례에 걸쳐 인정한 사안이다.
이는 한국교회 장상들의 일관된 견해이기도 하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3년 “안 의사의 의거는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서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이며, 의거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바 있다. 정진석 추기경도 지난해 10월 “안 의사는 철저한 가톨릭 신앙인이자, 신앙인의 모범이며 그의 행동은 살인이 아닌 의거”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교회는 오랫동안 안중근 의사를 신앙인으로서 올바로 평가하는데 소극적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소극적 자세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안중근 의사의 대사회 활동은 세례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의사는 목숨을 건 의병투쟁 중에도 묵주와 기도서, 축일표 등을 지니고 다니며 신앙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은 투철한 그리스도인이었다. 특히 옥중에서 쓴 자서전에서 안 의사는 ‘장생불사의 음식’으로 성체를 내세웠다. 성체의 신비를 민족을 구원하는 길로 역사 안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당시 어떤 신학자도 해내지 못한 토착화의 성취다.
이제 안 의사는 그분의 애국충절로써 뿐 아니라 열심한 신앙으로서도 마땅한 존경을 받아야 한다. 안 의사가 추구했던 창조 질서 보존과 공동선의 추구, 평화와 같은 가치들을 세상 안에서 이루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순국 100주년을 맞아 열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자칫 의례적인 차원으로 전락할까 걱정이다. 안 의사의 영성과 삶을 조명하고 재발견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연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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