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터넷 열풍 이후 많은 본당들이 누리집(웹사이트 혹은 카페)을 만들었고, 지금도 사이버 공간 속에서는 새 본당들이 끊임없이 개설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누리집을 잘 활용하면 본당 공동체에 많은 이점들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지 않은 본당 누리집들이 개설초기에는 활성화되는 듯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아무도 찾지 않는 초라한 곳이 되거나 때론 그 흔적조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문제점들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누리집도 집이다. 최근 웹사이트를 지칭하는 순수 우리말로 ‘누리집’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말은 `세상, 세계를 뜻하는 `누리와 `집을 보탠 것이다. 새롭게 다듬은 우리말이지만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는 말이라 신선하다. 비록 사이버 공간이라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이곳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곧 사이버 공간의 본당 누리집도 성당이다. 그러기에 본당 건물 유지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재정과 사목적 관심이 필요하듯 본당 누리집에도 지속적인 투자와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리집 활성화는 곧 본당 활성화와 직결된 부분이라는 생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누리집 관리운영 단체가 필요하다. 각 본당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두 명의 교우들이 본당 누리집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적어도 4-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누리집 운영위원회 혹은 분과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누리집 관리의 공백을 방지할 수 있다.
관리 운영에 참여하는 교우들이 누리집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좋겠지만, 그러한 인적 자원이 없다면 누리집을 자유롭게 이용할 정도의 수준을 갖춘 봉사자가 열정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누리집의 생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누리집에 담긴 내용과 얼마나 자주 그리고 신속하게 새로운 자료들을 올리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누리집을 적극 홍보하라. 이왕 본당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누리집이라면 교우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처음 개설하는 것이라면 간단한 사이버 본당 설립 축하식을 준비할 수도 있고, 현수막과 본당 게시판, 주보를 이용하여 본당 누리집의 존재와 주소를 적극 알려야 한다. 그리고 본당 관련 자료들과 행사내용 그리고 신앙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누리집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여 교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라. 웹사이트 기술이 발달하면서 누리집에 멀티미디어를 제작하여 올리는 것이 쉬워졌다. 때론 긴 글보다는 생생한 현장감이 들어 있는 음성이나 동영상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본당 행사나 강론 등을 음성 혹은 동영상 파일로 올리도록 하며, UCC 사이트에서 신앙생활과 관계된 내용들을 검색하여 게시판에 자주 소개한다.
사목자의 참여가 절실하다. 본당에 소속은 되어 있으나 사목자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의 작은 교회를 공소라고 한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의 본당 누리집이 이러한 공소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 교우들은 본당 누리집 안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데, 정작 본당 사목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문화는 이미 한국사회의 한 부분이 되었고, 더욱이 사도좌에서도 인터넷 매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촉구하였다. 아울러 교우들은 가깝고도 먼 사목자를 이곳에서라도 정겹게 만나고 싶어한다.
누리집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이버 문화는 이제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일부 학자들은 사이버 공간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기에 영적인 세계와 가깝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지나친 억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공간에 또 따른 모습으로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이버 본당인 누리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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