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올 당겨 이름표 달고
응답받지 못한 청원기도 앞세워
동여매고 가는 등짐이 무겁다
미사의 시작으로 잠든 새벽 깨우며
묵주 송이송이로 가족안부를 봉헌하고
오르면 낮아지는 순례의 길 나선다.
느껴지지도 않는 로마 박해시대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삼위일체를 증거한
가냘픈 성녀 세실리아의 조각 앞에 예수님은 생명처럼 살아계시고
우리는 속죄의 아픔으로 카타콤바에서 소리죽여 울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림 속에 갇힌 그들과 잠시 눈 맞추며
화려한 장식 앞세운 그들의 웅장한 대 성당보다
소박한 우리 성당이 그립고
석양의 몽마르뜨 언덕에 서서 길을 묻는다.
어디로 가야만 가난한 주님을 만날 수 있을까?
아득한 지평선 향해
양치기 세 아이들에게 발현한 메시지 받으려
설렘을 안고 다가간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무덤 앞에는
수많은 순례자 기도와 희생의 촛불이 파티마 하늘가득 피어오르고
비단 옷 벗어던지고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스승 예수를 따라간
이냐시오 성인과 쇄신과 개혁에 앞장선 아빌라 성녀 데레사 영성앞에
신앙의 위대함과 존경을 바치며
당신들의 가르침으로 이순간 하느님의 신비를 다시금 체험해본다
“신부님 우리 언제 관광해요?” 라는 물음을 뒤로한 채
‘나는 원죄없이 잉태된 사람이다’라는 성모님 말씀과
몸과 영혼을 치유할 루르드 기적수 한 병 담고
마드리드 공항을 힘차게 이륙했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들이여 A. D. I. O.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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