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가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주교회의는 춘계 정기총회를 마친 후인 3월 12일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 22)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이다.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환경문제는 사회적 합의에 맡기거나, 뒤로 물러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주교단이 4대강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주교단의 결정이 일반 시민단체와 같은 맥락에서 환경문제에 국한해서 이뤄졌다고 보면 곤란하다.
이번 발표 글을 살펴보면 주교단의 걱정과 우려는 단순히 4대강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방점은 죽음의 문화 확산에 대한 경고와 사회 구성원 전체의 회개에 있다. 물질주의를 동력으로, 막다른 길로 향해 전력질주 하고 있는 최근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실제로 주교단은 이번 발표문에서 “우리 사회는 반생명적인 문화가 무겁게 드리우고 있다”며 “이 사회가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이후 이 나라 정부는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도입, 사실상 어머니 뱃속의 아기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거 수술을 법으로 허용했다. 당시 교회는 정부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이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다. 나라의 발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그런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사람들 중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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