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의 법체가 순천 송광사에서 한줌의 재로 변했다. 형형색색 꽃상여도 만장도 없었다. 추도사도, 사리를 수습하는 절차도 없었다. 스님은 그렇게 무소유의 텅빈 충만을 마지막까지 실천하며 세상과의 인연을 마무리 했다.
그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이승에서 유난히 많은 인연을 맺은 것이 바로 가톨릭교회다. 김수환 추기경, 장익 주교를 비롯해 이해인 수녀 등 많은 교회 인사들과 교류를 가졌다. 자신이 설립한 길상사에 성모 마리아를 빼닮은 관음보살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법정 스님의 종교 화해와 관련한 이러한 ‘넓음’은 무소유에서 오는 텅빈 충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 것으로 꽉 찬 마음에 다른 것이 들어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화해’의 삶은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나눔’의 열매로 이어진다.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재단을 설립, 나눔의 실천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이 이렇게 평생 동안 실천한 무소유와 화해, 나눔의 삶은 가톨릭교회의 교리와도 상통한다. 가톨릭 신앙인들이 따라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말이다.
세례받은 신자는 육체의 탐욕과 부당한 욕망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가톨릭교리서 2520).
소유와 탐욕에 대항하는 싸움은 마음의 정화와 절체의 실천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가톨릭 신앙인들은 늘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해야 한다. 행복선언에서 그리스도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했다(마태 5,8). 여기서 마음의 깨끗함과 육체의 깨끗함, 신앙의 순수함은 서로 연결된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 뵈올 것이며, 하느님을 닮게 되리라는 약속도 받았다(1코린 13,12). 깨끗한 마음은 하느님을 뵙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깨끗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하느님께서 보시는대로 보고, 타인을 이웃을 받아들이며, 우리의 육체와 이웃의 육체를 성령 충만한 성전으로 감지할 수 있다.
무소유를 통해 신앙인들이 성령의 충만함을 체험했으면 한다. 화해의 삶을 통해 신앙인들이 평화를 실현했으면 한다. 나눔의 정신을 통해 신앙인들이 성체의 기적을 체험했으면 한다. 덜 먹고, 덜 쓰고, 덜 싸우면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에 오시고, 평화가 실현된다. 그리고 성체의 기적을 살아갈 수 있다.
법정 스님의 안식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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