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청구사건에서 합헌결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법무부장관의 청송교도소 내 사형 집행장 신설 발언이 보도되자 사형제도 및 사형집행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문제는 돌려서 말할 문제가 아니다. 사형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단순히 그리스도교 진리를 선포하고자 함이 아니다. 신앙적 진리에 입각한 믿음과 신념의 문제가 아니다. 사형제는 종교를 떠나, 사회의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다. 나의 안전을 위해 너를 죽일 수 있다는 논리, 법과 사회, 군중의 이름으로 한 개인을 죽일 수 있다는 논리는 필연적으로 생명의식의 부재로 이어진다. 이는 낙태가 만연하고 타인의 재산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다. 사형제 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나 중심주의’와 ‘배타적 군중주의’가 만연해 있는지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에 의해 23명의 대규모 사형집행이 있은 후 지금까지 한 건도 없어, 국제앰네스티가 규정한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의 존엄함을 아는 품위있는 국가라는 국제적인 공인 인증서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의 움직임을 비롯해 사회 일각의 사형제 찬성 목소리는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트리는 것 같아 크게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훈령 「생명의 선물」을 통해 “어느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무죄한 인간의 목숨을 직접 해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가르친 바 있다. 주님께서는 산상 설교에서 “살해해서는 안된다”(마태 5,21)는 계명을 상기시키시며, 여기에 분노와 증오와 복수하는 일까지 금지하신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리스도께서는 빰을 맞았을 때 다른 뺨을 내밀 것(마태 5,22-26,38-39)과 원수를 사랑할 것(마태 5,44)을 요구하신다. 그리스도 스스로도 당신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셨으며, 베드로에게 칼을 칼집에 도로 꽂으라고 말씀하셨다(마태 26,52).
현재 사형확정판결을 받고도 집행이 되지 않은 자는 총 58명이다.
예수도 사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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