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노력의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노력을 하며 희망을 향해 경주한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확고한 목표가 있다면 재기의 노력은 더욱 힘차진다.
그러나 인간은 실패하지 않을 신중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대로 일이 되지 않는 많은 변수에 맞닥뜨린다. 경제적 어려움,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불편함, 예기치 못한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불안과 육체적 병고 등 다양한 변수가 행복한 삶을 어렵게 만든다. 이 같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지키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족은 많은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도 역경을 참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만 봐도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이 얼마나 큰 난관을 이겨내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십자가’하면 고통과 힘겨움이 떠오른다. 고통을 즐기는 자학적인 사람이 아닌 한 십자가를 지고 가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다.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꿈을 이루는 길에 맞닥뜨린 장애물이요 여러 변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꿈은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실현하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뜻은 ‘한 사람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었다(요한 6,39 참조). 예수님은 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확고하셨기에 십자가로 표현되는 다양한 힘겨운 상황에 의연하실 수 있었다. 매 맞음의 육체적 고통도, 침 뱉음의 모욕과 거짓증언의 억울함도, 믿었던 이들로부터 받은 뼈아픈 배신도,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열정을 사그라뜨리지는 못했다. 그때문에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그토록 소중히 여기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예수님께서 용기 있게 지켜낸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인 우리들은 매일 내 삶의 소중한 것, 바로 내 사랑하는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애쓰고 있다. 힘겨운 노동도, 관계 안에서의 굴욕도, 힘겨움의 난관에서도, 그 어떤 인간적인 부끄러움 앞에서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내 삶이다.
우리가 지닌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 열망은 우리와 함께 일하며 말을 섞고 사는 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이민자들 안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이들도 그들 나름의 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을 위해 온갖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잘살게 하고픈 마음은 우리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이들에게는 ‘경제적 가난’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먼 이국땅에서의 노동도 마다하지 않은 과거 우리들의 경험을 이들 이주민들이 이 땅에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독일로 가서 광부와 간호사로 일하며 젊음을 바치고, 1970~1980년대에도 중동지역에서 힘든 토목, 건축 일을 했던 우리 부모들 덕분에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도 국내에 들어오는 이주자들의 이주원인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가난한 가족을 살리고자 보다 기회가 있는 한국 노동시장으로 일하러 오는 이들의 가슴속에는 열심히 일하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결혼이민자 역시 가난한 친정 식구들에게 조금이나마 경제적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국제결혼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현실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인종 차별과 언어 소통의 어려움, 체불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는 어려움, 육체적 질병과 각종 산업재해의 변수가 있다. 결혼이민자들 역시 어색한 문화, 언어장벽, 경제적 어려움, 새로운 가족관계의 어려움을 넘어서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어려움을 이겨내려 몸부림칠 수 있는 힘은 역시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하고, 꼭 지켜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에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그들을 보듬어 안는 우리의 너그러운 환대 속에 이들의 열망이 현실 속에 좋은 결실을 맺기를 희망한다. 이 땅이 가난한 이들에게 꿈을 이루는 기회의 땅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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