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일간지들의 ‘주교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주교회의가 최근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과 관련, 한 일간지는 ‘주교들은 완벽한 존재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기까지 했다.
질문을 던졌으니, 대답하자면 이렇다. “주교들은 완벽한 존재다.” ‘주교’는 완벽하지 않지만, ‘주교들’은 완벽하다.
가톨릭 신앙인들은 주교 개인적 차원의 의견 개진은 찬반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교회 ‘주교들’의 심사숙고에 의해 나온 공동의견은 논란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주교회의는 춘계 정기총회를 마친 후인 3월 12일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 22)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가 아니라 우려다. 국민의 동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는 현실에 대해 교회 장상들이 걱정스런 마음을 개진한 것이다. 이를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귀를 막고 주교 흔들기에 나서는 일부 언론들의 태도가 안쓰럽다. 스스로 풀리지 않게 얽어놓은 고집 센 신념에 대한 단순한 방어 본능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주교회의가 정부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낸 만큼, 숙고하고 경청하면 된다.
게다가 이번 발표문의 전반적 내용을 볼 때, ‘주교들’의 걱정과 우려는 단순히 4대강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방점은 죽음의 문화 확산에 대한 경고와 사회 구성원 전체의 회개에 있다. 물질주의를 동력으로, 어딘지도 모르는 목적지로 전력질주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만약 과거의 정권들이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경청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과거 정권은 ‘주교들’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산아제한 정책을 펴지 않으면 당장 국민들이 굶어 죽을 것처럼 선동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 와서야 허둥지둥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주교들’은 4대강 사업이 제2의 산아제한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독재가 사라진 이성의 시대엔 정부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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