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창간 83주년을 맞았다. 암울했던 일제치하였던 1927년 ‘소식보도(消息報道), 보조일치(步調一致), 조국성화(祖國聖化)’를 사시로 태어난 본보는 그동안 복음을 선포하고,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심기 위해 국민 및 신앙인들과 애환을 함께해 왔다.
그 과정에서 때론 넘어졌고, 때론 주저앉아 울 때도 있었으며 때론 기뻐 환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앙인들의 따뜻한 손길에 의지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가톨릭신문은 지난 83년 동안 한국교회, 한국사회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옆에서 걸어왔다. 이제는 한국교회 정론지로서, 한국교회 신앙인들의 대변지로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자부한다.
본보는 그동안 세속적 기준과는 다른, 신앙적 가치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2코린 4,18)는 진리를 위해 땀 흘릴 것이다. 또한 500만 가톨릭 신앙인들에게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는 실로암 연못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신념을 증거하는 일에도 변함없이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낙태와 사형제도 등 생명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또 가톨릭 신앙적 관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국방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재조명하는, 한국사회의 대안 마련 작업도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종교적 이기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켜, 대안을 제안하고 신앙인들에게 바른 판단의 자료를 제시할 것임을 다짐한다. 이기주의와 상업주의, 물질주의를 배격하는 일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식탁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런 신문을 소망한다.
오늘날 세상은 어느 때보다 혼탁하다. 갈등과 불신, 미움과 적대의 굴레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본보가 창간 83주년을 맞아 한층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책임감은 신앙적 견지에서는 소명이다. 본보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 땅에 생생히 실현되는 그날을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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